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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24일 일요일

순진한 믿음 - idgie

2011.04.22 16:13:25 (*.46.235.33)
43
순진한 믿음은 차가운 모멸의 눈총을 받는다.
무언가 변덕스러운 날씨에 지나지 않는
감정일 뿐이라면서.

선수치는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논다고 주장하면서
아직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순진한 사람들을
구별하여 마음 저기 저쪽에 치워둔다.

사랑의 첫 시작인 믿음이 어찌 계산에서부터 시작하리요
이성에서부터 시작된 사랑을 나는 모른다.
따지고 드는 사랑, 손해볼 것 없는 보험하나 드는 심정의
그 사랑이 얼마나 서로를 병들게 하는가를 볼 때에

2011년 4월 21일 목요일

[인터뷰] <회복탄력성>의 저자 김주환, 마음 근육량 늘리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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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탄력성』김주환, 마음 근육량 늘리면 행복해진다
  • 2011.04.15
  • 조회 1620
  • 미투데이 트위터 페이스북 다음요즘
운동을 꾸준히 하면 근육량이 늘어서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 된다미디어에서 하도 강조해서 이젠 누구나 알게 됐다그렇다면 마음에도 근육이 있을까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김주환 교수는 그렇다고 답한다은유가 아니라 실제로 마음의 근육이 존재하고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단단해 진다는 것마음의 근육량이 많으면 시련을 겪어도 쉬이 좌절하지 않고고통스런 순간에도 금새 튀어올라 긍정적으로 살 수 있다.
그런 힘이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2009 2김주환 교수가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소개해 꽤 알려진 개념이다김주환 교수가 후에 보다 정확하고 근거 있는 조사와 실험을 거듭해 그 결과물을 신간 『회복탄력성』으로 엮었다사소한 좌절을 밥 먹듯 겪는 당신이라면 기꺼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과학적 연구결과를 토대로 명쾌하게 행복해지는 법을 알려주니 설득력이 굉장하다.
 
커뮤니케이션학 전공인데 심리학적인 주제인 ‘회복탄력성에 대한 책을 냈다기존에 학술저서를 썼던 데 반해서 대중을 상대로 쓴 첫 책이기도 하고.
서문에서도 밝혔듯이일종의 우연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10여 년 전에 어머니 돌아가시고 두 해 뒤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나에게 아주 힘든 시기였다그 후 지금으로부터 7, 8년 전에도 굉장히 힘든 일들을 겪었다정말 논문이나 연구도 거의 손을 놓은 상태였다.
그러다 우연히 ‘긍정심리학이란 개념을 발견하고 빠져들게 됐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로 불리우는 마틴 셀리그만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내가 재직 중인 연세대에 와서 강의를 했고나랑도 가깝게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다이메일도 주고 받는 등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았다그리고 나서 2008년도에 일 때문에 미국 MIT에 갔을 때, 근처 하버드 대학 캠퍼스를 걷다가 구내서점에서 레이비치와 샤테가 쓴 『회복탄력성의 요인 The Resilience Factor』을 발견했다유명한 학자들도 아니고알려진 책도 아닌데 내 눈에 띈 거다그 책을 읽어보니까 예전에 셀리그만 교수가 많이 얘기했던 주제와 겹치는 부분이 있더라그 책의 내용을 우리나라 사람들특히 청소년들에게 알리고 싶었다회복탄력성의 요인이 소통능력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과도 많이 겹쳐서 더욱 그랬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제작진이 찾아온 것도 그 때쯤이지?
같은 해 연말이었다미국에서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가 우리나라에도 닥친 시점이었다내가 ‘긍정심리학에 대해 글도 쓰고 관심이 있으니까 조언을 해달라고 하더라그래서 내가 회복탄력성을 소개했고그 프로그램의 주제가 회복탄력성으로 확 바뀌었다내가 적극적으로 관여해서 뇌파 실험도 하고우리나라 사람들의 회복탄력성 조사도 지휘했다그 당시에  청소년학에선 좀 있었지만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회복탄력성 조사는 없더라그래서 내가『회복탄력성의 요인』에 있는 ‘회복탄력성 지수 테스트’  문항들을 얼른 번역해서 여론조사 기관에 맡겼다방송 나가고 반응이 꽤 좋아서 책도 쓰게 됐지.


방송 나간 건 2009년 초인데 책은 이제야 나왔네.(웃음)
나도 금방 쓸 줄 알았다.(웃음그런데 우선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황에 맞는 한국형 ‘회복탄력성 지수를 개발해야 되겠더라그 과정이 만만치가 않았다가설과 이론을 만들어서 검사 문항을 개발하고검사 집단을 중학생고등학생대학생일반인 이렇게 여럿 정해서 다양한 요인을 분석해야 한다갖가지 문제가 생긴다. A집단에는 맞는데 B집단에서는 검사가 잘 안 되는 문항을 찾아서 넣다 뺐다를 한다 던지또 회복탄력성이나 소통 지능 지수가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이 나오면 뇌파 실험이나FMRI(기능성자기공명영상) 등 뇌 영상 연구를 통해서 뇌가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나를 보고 입증하는 식이다.
또 내게 처음 영향을 줬던 『회복탄력성의 요인』말고도 다른 방식으로 회복탄력성에 대해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더라너무 복잡하니 다 소개할 순 없겠다 싶어서 가장 핵심적으로 여러 학자들이 얘기하는 공통된 요인을 뽑아서 이 책에 소개했다회복탄력성의 주된 요소인 자기조절능력과 대인관계능력이 그거다그러다 보니 책 쓰는 시간이 자꾸 불어나더라고.(웃음)
감사하고 운동해야 돼
회복탄력성이란 용어를 처음 만들었다며?
맞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내가 만들어낸 용어다번역어로예전에는 학자들이 회복력극복력탄력성자아 탄력성 정도로 표현했던 개념이다예컨대 간호학에서는 수술환자가 어떻게 하면 회복이 빨리 되나청소년학에서는 문제아들이 어떻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학교 그만두지 않고 다니게 하나와 같은 분야에서 연구가 됐다지금처럼 일반인을 대상으로 회복탄력성이 연구된 건 최근의 일이다이걸 어떻게 번역할까 고민하다가, 2009년 초에 한국일보에 ‘행복하게 사는 법을 연재하면서 공식적으로 회복탄력성이란 용어를 처음 썼다그 후에 번역서뉴스 등에서 이 용어를 쓰더라학자로서는 큰 기쁨이다내가 만들어낸 번역어가 마치 일반명사처럼 쓰이게 됐으니까이 책은 내 연구성과를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고.
회복탄력성은 왜 그렇게 중요한가?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역경이나 고난 때문에 주저앉고 무너지는 사람과 오히려 그걸 디딤돌로 해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사람이그 두 종류의 사람들이 아무런 교육이나 개입을 안 했을 때는 2: 1의 비율다시 말해 2/3는 고통이나 역경에 굴복하고, 1/3은 고난을 딛고 일어선다 1/3의 사람들은 2/3의 사람들에게는 없는 어떤 힘을 지녔는지를 연구해서 2/3의 사람들도 그 힘을 갖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여기서 말하는 시련역경은 아주 자잘한 것부터 이야기하는 거다매일 겪는 사소한 갈등들예를 들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그냥 훅 지나가면 짜증나고 열 받는 다던지그럴 때 긍정적인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다면의식적으로가 아니라 마음의 습관이 돼 있어서 ‘내가 좀 일찍 나왔네곧 또 버스가 오겠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회복탄력성은 마음의 근육이라고 할 수 있다몸의 근육처럼 훈련하면 늘어난다마음의 근육을 많이 지닌 사람은 이런 자잘한 역경을 쉽게 극복하고큰 역경이 왔을 때에도 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오히려 큰 기회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면역력잠재력을 지니게 된다.
자기조절능력과 대인관계능력이 회복탄력성의 핵심이라고 했다두 능력은 어떻게 연결되나?
동전의 양면 같은 거다인간관계를 잘 맺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자기조절능력도 있다자기조절능력이 없으면 인간관계를 잘 못 맺거든대인관계능력이라는 게 남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공감을 잘 하는 것이고 그게 인관관계를 잘 맺고 유지하는 걸로 드러나거든그럼 어떻게 두 가지 능력을 키울 수 있냐면 긍정성 강화를 해야한다동일한 사건에 대해서 뇌가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습관자동적으로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뇌를 길러야 한다.
책에 회복탄력성 지수 테스트가 수록돼 있다. 한국인의 평균 지수보다 낮거나, 더 높더라도 더욱 높게 하려면  어떤 훈련을 하는 게 좋을까?
3가지가 중요하다첫째는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걸 일상생활 속에서 발휘하는 훈련을 해라강점을 발견하는 법은 책 뒤편에 길게 부록으로 넣었다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평균적인 민주시민이 돼야 한다는 이념을 주입 받는다그게 현대사회 교육의 이념이다평균적인 민주시민이란 어디 특별하게 못하는 게 없는 사람이라 어떤 분야도 부족함 없이 평균 정도를 해야 한다그러니 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찾게 된다그러면 기껏해야 평균적인 인간밖에 못 된다. 발전이 없는 거다사람이 장기적으로 발전하려면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긍정적인 면에 집중해서 대표 강점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근원적인 행복감을 느낄 수 있고뇌가 긍정적으로 발휘된다그게 가장 핵심이다.
둘째는 감사하기 훈련감사일기를 쓰는 거다감사하기 훈련은 긍정성 향상에 있어 가장 효과가 큰 놀라운 힘이다특히 매일 밤 자기 전에 그날 겪은 감사할 일들을 다섯 가지 이상 수첩에 구체적으로 적으면 효과적이다감사하기 훈련이 뇌나 신체 활동을 완벽하게 긍정적으로 만들어준다는 게 밝혀져서 몇 년 전부터 감사의 힘감사의 심리학 같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감사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시작된 건 10년이 채 안 된다감사의 힘을 사람들이 알 게 된 것이.
그리고 셋째는 규칙적인 운동이다생뚱 맞게 들리지? 운동의 중요성을 다들 안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자신 있게 말하건데사람들이 운동 좋은 거 잘 모른다내가 말하는 운동의 효과란 뱃살을 빼준다몸이 튼튼해 진다는 것뿐 아니라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거다이 역시 2000년대 이후에 집중적으로 연구된 분야다실제로 운동이 기억력학습력인지능력을 강화시키고 뇌에 긍정성을 새기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그래서 운동은 꼭 해야 하는 거다최근에 치매나 우울증 환자들에게 의사들이 항우울제 이상으로 규칙적인 운동처방을 내리는 경우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렇게 3가지를 꾸준히 하면 몇 주 내에내가 달라지는구나하고 느낄 거다나도 그랬으니까분명히 효과가 있다.


본인도 회복탄력성 테스트 해 봤나?
해봤지. 한국사람들의 평균 지수보다는 좀 높다.(웃음)
스스로 노력을 해서 회복탄력성을 높였거나변한 부분이 있나?
그럼나도 굉장히 힘들 때 긍정심리학을 만나서 밝아지고 덕을 많이 봤다긍정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만 교수도 그다지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다책에도 나오지만 짜증도 많고부정적 감정이 많다는 걸 본인도 안다그런 사람들이 긍정심리학에 관심이 많거든.(웃음)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말하기를예전에는 무섭고 깐깐하고 맨날 야단치는 사람이었는데 내가 요즘엔 많이 변했다고 하더라스스로도 느낀다애들한테도 더 잘해주고, 표정도 나아지고교수라는 직업이 사실 맨날 대학원에서 논문 지도하다 보니까 좀 부정적으로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회복탄력성 테스트를 6개월이나 1년 뒤에 하면 점수가 또 달라진다어떤 요소가 달라지고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면 도움이 될 거다.
행복하려면 미래를 과대평가하지 말 것
성신여대 손석희 교수가 추천사에 ‘무수한 사례들로 시작해서 궁극적으로는 긍정적 자기조절과 그것을 기반으로 한 소통이 왜 중요한가를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다책이 저자와 꼭 닮았다고 썼더라. 참 세련된 칭찬같다.
손석희 선생님이 재미있는 분이신 게이메일로 추천사를 보내주시면서 이 추천사가 도움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그러나 고치지 말고 이대로 사용해 주세요라고 덧붙이셨다그래서 한 글자도 고치지 않았다.(웃음이 추천사는 책에 대한 칭찬 더하기 나에 대한 칭찬이지 않나굉장히 고마웠다손석희 선생님은 성신여대에 교수로 가시기 전에 연세대에서 몇 학기 동안 겸임교수를 하셨을 때 알게 됐다그 당시에 ‘말하기와 토론’ 과목을 둘이서 같이 팀 티칭을 했거든내가 말하기 이론을 가르치고손석희 선생님은 토론을 가르치시고.
미술평론가이기도 하다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문에 당선돼 시작했다면서전문 분야의 스펙트럼이 넓다.원래 미술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계기가 됐던 건 기호학 공부다예전에 운이 좋아서 이탈리아 정부 장학생으로 선발돼 볼로냐 대학에서 움베르토 에코 교수에게 기호학을 사사했다내가 서울대에서 석사 논문 썼던 것의 일부를 발전시켜서 칭찬을 많이 받았다.(웃음정치철학적인 내용을 완전히 기호학적으로 발전시켰거든계속 그 공부를 해서 내가 기호학에 관련한 이론 모델을 만들었는데 미술평에 그 기호학 이론을 적용했다그게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고 10년 정도 전에는 굉장히 미술 평론을 많이 했다요즘도 간간히 하고 있고미술 평론이지만 회화동양화 쪽의 작품평은 써본 적이 없고 거의 현대미술 분야다설치미술인터랙티브 아트미디어 아트 같은.
현대인들이 행복강박증에 시달린다고 하는데이 책 읽고 회복탄력성을 높이면 진정 행복해 질까?
사람들이 왜 행복강박증에 걸리는 줄 아나외부적 사건들에 의해서 행복해지리라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다어느 학교에 입학만 하면어느 회사에 취직만 하면승진만 한다면저 사람과 결혼만 한다면로또에 당첨만 된다면 등등그런데 이미 다 연구돼 있다그런 사건들이 사람을 행복하게 못 해준다결론은 외부적 사건성공이나 돈벌이로 행복해 지는 건 일시적인 변화일 뿐 행복이 아니라는 거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 대니엘 길버트가 쓴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라는 책이 있다그 책에 나오는 말인데, ‘우리는 미래 사건이 우리의 감정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과대평가하는 습관이 있다’는 거다. 미래 사건이 긍정적인 거면 그걸 과대평가해서 굉장히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닥치면 그렇게 까지는 아니고미래에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난다면 굉장히 불행해 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닥치면 별거 아니고지나가고외부적 사건은 우리의 행복감에 임팩트를 주는 것에 불과하다좋은 일이 생기면 올라갔다나쁜 일이 생기면 내려가는 정도의중요한 건 사람마다 행복의 베이스라인이 다르다는 거다어떤 사람은 굉장히 행복한 상태에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어떤 사람은 낮은 상태에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행복해 진다는 건 행복의 베이스라인, 기본 수준을 높이는 거다회복탄력성을 키우면 행복의 베이스라인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글, 사진_  유지영 (교보문고 북뉴스)
jygetz@kyobobook.co.kr , twitter.com/jygetz
[자기계발] 회복탄력성
김주환 | 위즈덤하우스
2011.03.17

2011년 4월 20일 수요일

<라라63호> 나의 미래 자서전

2011.02.21 22:47:37 (*.254.8.100)
595
1. 일

2011년 8월 말, 두 번째 책 ‘나는 쓰는대로 이루어진다’를 출간했다. 글쓰기의 대가가 아니라 쉰 살이나 되어서 시작한 글쓰기를 통해 삶을 바꾼 나의 진솔한 이야기는 제법 주목을 받았다. 이것은 최근 자기탐구에 대한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요즘은 40대가 진짜 청춘이다. 멋모르고 허비한 20대에 비해 그간의 경험에서 얻은 절실함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자기 삶을 찾아 나서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삶을 추구하는 자에게 글쓰기는 필수적인 장비이고,  진정어린 팁으로 가득한 내 책이 그들에게 스며든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책을 내고나니 강좌기회가 늘어 출간한 지 1년 만에 내가 원하는 수익모델에 도달할 수 있었다. 덕분에 신촌에 작업실을 열었다. 15평의 아담한 공간이지만 강좌를 할 때 대여공간을 전전하지 않아도 된다.

2012년 변경연의 연구원제도를 벤치마킹하여 내 개인아카데미를 열었다. 1년에 10명씩 모아 책쓰기를 훈련하는 도제식 교육과정이다. 그동안 강좌를 해 오면서 글쓰기가 문장력보다도 심리적인 문제라는데 주목해 왔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고, 글쓰기 안에서의 적절한 목표를 설정하지 못했고, 일단 목표를 세운 뒤에는 꾸준히 헌신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글쓰기가 한낱 손끝의 문제가 아니라 삶 전체와 연관되어 있으며, 그 첫걸음은 긍정적인 자기이미지와 실행력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심리학과 코칭 공부를 꾸준히 한 결과 수강생들의 강점을 좀 더 잘 알아보고, 독려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많은 사람들이 내 아카데미를 통해 중요한 변화를 맞이하였다. 세상에 내 목소리를 내는 중요한 관문인 자신의 책을 갖게 됨으로써, 저마다 새로운 자신감과 기획력, 행동력을 갖게 되어 새로운 삶을 열어젖히게 되었다.

나의 아카데미는 3년 만에 작지만 탄탄한 교육기관으로 자리잡았다.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은 인생 최고의 기쁨이었다. 살면서 깨달은 중요한 것들을 전파하는 일이니, 강좌는 내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고 조금도 힘들 것이 없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나는 줄기차게 썼다. 돌아가시기 몇 달 전까지 책을 내신 박완서선생님처럼 나도 평생현역이 되었다.

2. 가족

딸은 졸업하자마자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전세계를 돌며 레저스포츠를 섭렵하더니, 대단한 사업가가 되었다. 한국남자 답답해서 싫다던 입버릇처럼 국제결혼을 해서는 남편과 함께 태국, 뉴질랜드, 베트남 등지에 지점을 가진 레저스포츠 전문 여행사를 차려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들의 회사는 패키지여행, 배낭여행에 이은 제3세대 스포츠여행 바람을 일으키며, 가격대비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스포츠여행의 저변을 넓혔다. 언젠가 베트남 여행중에  무이네 해변에서 본 장면이 떠오른다. 한 여자가 윈드서핑용 보드에 서서 노를 젓고 있었다. 멀리서 보아도 탄탄한 근육으로 다져진 실루엣이 멋진 그녀는 아득한 수평선에 한 점으로 남을 때까지 나아갔다. 그녀는 한 시간도 넘게  조붓한 보드에 선 채로 바다를 떠다녔고, 나도 한 시간 넘게 그녀를 지켜 보았다. 해안이 10킬로미터에 달한다는 거대한 바다, 나는 바라만 보아도 두려움이 이는 거대한 바다를 노 하나로 부리고 있는 그녀가 감탄스러웠다. 사방천지 아득한 바다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망망대해로 나아가게 하는 것일까. 그녀의 내면에 내가 짐작도 할 수 없는 고독과 분노, 열정이 뒤엉켜 용솟음칠 것 같았는데, 그 때의 이미지가 내 딸의 모습과 겹쳐진다.

아들은 10년 만에 회사에서 해방되었다. 그동안 꾸준히 필살기를 다지는 한편 어느 정도의 활동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내가 글쓰기 캠프를 세우기 위해 마련한 부지 한쪽에 아들은 체험형 펜션을 지었다. 대학3학년 때 휴학을 하고 한옥건축학교를 수료한 이후 꿈꿔왔던 풍광이 이루어진 것이다. 10년 동안 수없이 손질하며 구상해 온 설계에 따라  직접 지은 한옥에서 아들은 요리와 목공 수업을 제공하는 펜션을 운영한다.  책도 두 어 권 쓴데다 딸의 레저스포츠, 나의 글쓰기캠프와 연결되어 아들의 펜션은 꽤 유명하다. 갈수록 여행이 보편화되며 테마있는 여행, 한 군데 머물며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는 여행이 정착한 덕분이다. 조용하고 계획세우기 좋아하는 기질 그대로 아들은 차근차근 자신의 펜션을 마니아들의 왕국으로 꾸미며, 일상에 푹 빠져 즐기고 있다. 이럴 줄 알고 나는 아들의 이름 자에 ‘즐길 낙 樂’자를 넣어 두었었다.

우리 셋 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살고 있다. 아니 일이라기엔 놀이에 가까워서 아무리 해도 힘들지 않고 언제나 우리를 흥분시킨다. 자기분야에 대한 헌신이 우리의 삶의 핵심이다. 우리는 가족 그 이상이다.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 한바탕 미래를 꿈꾸는 대화 끝에, 우리 가족은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 만들어가는데 적격이라는 말을 딸이 한 적이 있다.  내가 워낙 애면글면 자녀를 돌보는 모성상에서 먼 대신, 지들보다도 실험적이고 성장지향적이어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어쨌든 절대공감이다. 이 또한 새로운 가족문화의 대안으로 내 책의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두 배로 환영한다. 그는 학원건물을 작은 빌딩으로 바꿔 임대업을 하고 있다. 잔정이 많고 부지런하고 솜씨 좋은 그에게 딱 맞는 일이다. 재혼도 했다.  그가 잘 살아서 내 마음이 좋다. 

3. 여행

2011년부터 매년 열흘 이상 해외여행을 갔다.  어디를 가나 사람이 살고 있었고, 나는 더 이상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내 안의 보편성을 인정하고, 보편적인 인간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넘어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어서, 여행은 나를 열린 마음을 가진 코스모폴리탄으로 거듭나게 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여행은 무진장한 저술아이템의 보물창고였다. 나이를 먹을수록 관심사가 다양해지고 탐구열이 늘어나는데다 세계를 뒤지고 다닐 여력이 생기니, 내 책의 주제는  ‘세계의 집구경’, ‘세계의 정원구경’, ‘공동체실험’, ‘오지에서의 봉사활동’으로까지 넓혀졌다. 여행만으로도 소중한 경험인데, 그것을 다시 책으로 재창조했으니 얼마나 귀한 성과인가! 시각적인 면에도 신경을 많이 쓴 내 책들은 하나같이 그림책에 가깝다. 소중한 사람이 선물한 액세서리처럼 늘 몸에 붙이고 쓰다듬고 싶은, 내 인생의 사치품들이다.  나는 여행하기 위해 글을 쓰고, 글쓰기 위해 여행하는 일을 계속 했다.

4. 나눔
여행작가 오소희는 여행을 네 단계로 나누었단다. ‘어디를 가든 나 자신만을 들여다보기, 그 곳을 있는 그대로 바라 보기, 나를 열어 그들과 관계맺기,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 그 곳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이 말에 접하는 순간 댕댕 가슴 속에서 종소리가 들렸다. 이미 내 것이었던 어떤 생각에 이제야 맞닿은 느낌이었다. 스무 살의 내가 사정없이 농촌활동에 이끌렸듯이 언젠가 내가 세계의 오지에 꽂히리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아프리카나 히말라야, 아니면 동남아의 오지 어느 곳,  여행을 다니다 마음이 가는 곳에서 의미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

5. 공간

시내에서 일이 많을 때는 가끔 작업실에 머물기도 하지만, 주거지는 경기도 근교이다. 나는 이곳에서 엄마와 같이 산다. 내 집은 조그맣지만 전망좋고, 계단이 이쁜 이층집이다. 이층의 서재에는 내 인생의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다. 모두가 내 안에 들어와 나의 일부, 내 책의 일부가 된 책들이다. 내가 저자로서 어느 정도 입지를 마련한 다음에는 마음에 꼭 드는 책이 있으면 저자를 청하여 만나는 일이 잦아졌다. 그렇게 해서 친분있는 저자그룹이 생겼다.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우리는 서로의 책을 제일 먼저 받아보는, 무섭고도 애틋한 독자가 되어준다. 책을 읽다 내다보면 일하고 계시는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마당에는 엄마의 소일거리인 텃밭과 아들의 목공소가 있어, 아들도 주말마다 온다. 그다지 넓지 않은 텃밭이지만 우리가 일년내 먹을 채소를 재배하기에 충분하다. 커다란 냉동고와 김치냉장고를 두 개씩 구비하여 수확철에 쟁여놓으면 채소를 살 일은 없다. 아련히 들리는 아들의 전기톱 소리가 우리 집의 배경음악이다.



6. 베스트셀러

2015년 출간한 나의 다섯 번째 책은 20만 부가 팔려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나는 꼭 대박 나는 책을 쓰고 싶었다. 돈보다 영광이랄까, 이제껏 살면서 한번도 나 자신에게 빛나는 면류관을 씌워주지 못했다는 생각에서다. 2006년 변경연 연구원에 지원할 때도 ‘자랑스러운 성취 3가지’를 쓸 때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이상하게도 어릴 때부터 만사를 데면데면 눈 아래로 내려다보는 편이라 마음을 다 해 도달하고 싶은 곳이 없었던 탓이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한번은 최고의 자리에, 그 빛나는 정점에 서 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는데 드디어 이루었다!  그러니 베스트셀러를 쓰고 싶다는 것은 세속적인 욕심이라기보다 나를 계속 걸어가게 하는 힘이요, 내 인생에 클라이맥스를 만들고 싶은 자기애의 상징이다.

7. 관계

릴케가 로댕의 전기를 쓰기 위해 만났을 때, 예순을 넘은 로댕은 이미 대가로 인정받고 있었고, 릴케는 막 데뷔한 신인이었다. 릴케는 시인만이 쓸 수 있는 독특한 평전으로 로댕의 작품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개별작품에 투영되는 릴케의 감수성으로 해서 로댕의 의도가 완성된다. 로댕은 치열한 작업정신을 보여줌으로써 릴케에게 새로운 시적 전환을 주었다. 관념적인 시를 쓰던 릴케는 로댕을 만난 이후 사물의 의미를 투시하는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로댕의 독자성과 자기 완결성은 릴케의 예술론을 완성시켰고, 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후대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릴케의 로댕, 로댕의 릴케... 아름다운 뒤엉킴이다. 로댕이 아름답게 재현해 주는 에로티즘에 절대 뒤지지 않는 합일이다.

젊어서 막연히 로맨스를 꿈꾸었다면 이제는 서로의 창조성을 속속들이 이해하는 지기를 꿈꾼다. 관심사와 가치관이 비슷해서 공저를 하든지, 사진이나 그림작업으로 참여하는 사이도 좋을 것이다. 서로에게 결정적인 의미가 되어 창조성을 독려하거나, 지식을 공동생산하는 것! 언감생심 릴케와 로댕만큼은 아니더라도, 내가 꿈꾸는 최고의 인간관계이다. 


8. 매력

전에는 내 미래풍광이 너무 단순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좀 더 거창한 비전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무엇이' 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었다. ‘넓이’가 아니라 ‘깊이’이다. 예를 들어 책을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책을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고, 작가가 되었다고 목에 힘을 줄 것이 아니라 ‘어떤’ 작가가 될 수 있는지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

자기중심성이 강한 나는 천방지축 내 생각만 하느라 외부에 비쳐지는 모습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점점 변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성장하여 관계역학에 변동이 일어났을 뿐 아니라, 더러 객관적인 눈으로 나를 평가하기도 하니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지 궁리하게 되었고, 작으나마 글쓰기강좌도 비즈니스이니 ‘어떤’ 강사가 되어야 할지 고심하게 된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내가 ‘어떤’ 인간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었다.

나는 언제까지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호기심과 행동력을 갖고 싶고 그를 통해 이 세상에 없던 가치를 더하고 싶다. 그리하여 사람들에게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싶다. 실험정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역할모델이 되고 싶다. 체형관리도 좀 해서 작가다운 외모를 갖고 싶다.^^ ‘저 사람은 그게 매력이야’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차근차근 공들여야 하겠다.  내가 어느 길을 가고 있는지 정확하게 인지하여 운명의 주인이 되고, 세상에 열려있으며 힘써 노력하여 내가 갖고 태어난 것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내 삶은 성공이리라.



9. 마을

나는 언제나 마을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있었다. 어스름이 깔릴 무렵 산길을 걷다보면 언젠가 접한 듯한 익숙함이 몰려왔다. 유년기 외가에서의 기억, 20대에 농활다닐 때의 기억을 몸이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기억은 좀 더 뿌리깊어서 어릴 때 읽던 동화책이 생각난다. 가끔 주인공이 사는 곳을 일개 주택이 아니라 마을 전체로 표현할 때가 있었다. ‘그가 사는 곳은 스프링빌이었다.’  이런 식의 문장에 접하면 내 마음은 동경으로 가득 찼다. 순한 짐승의 앞발 같은 산자락이 품어주는 마을에 모여 사는 사람들, 혹은 마을 전체를 소유하는 상상으로 내 가슴은 뛰었다.  세월이 많이 흐른 후에도 이런 성향은 변하지 않아서, ‘피터 래빗’ 캐릭터를 창조한 베아트릭스 포터의 농장이나 ‘타샤 튜더’의 농장, 건축가 원대연부부의 ‘이원아트빌리지’ 같은 곳은 생각만 해도 좋다.

나의 종착지는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것은 아이들과 같이 하는 펜션마을이 될지도 모른다. 아들은 한옥에서 요리와 목공 수업을 하고, 딸은 현대식 건물과 자연 속에서 레저스포츠를 주도하고, 나는 숲 속 방갈로에서 명상과 글쓰기 캠프를 주도한다. 넓은 마당과 산자락에까지 군데군데 건물이 서 있고,  우리 셋이 제공하는 과정에 도제식 수업을 받는 사람들이 머물다 보니  작은 마을이라고 불러도 좋을만하다.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거주지 실험을 해도 좋겠다. 아다시피 유례없는 고령사회가 다가오고 있고, 가족이나 거주형태의 극심한 변화가 예상된다. ‘공동육아’를 벤치마킹하여 공동거주 실험을 해 보거나, 혹은 실험적인 형태의 거주지에 합류하고 싶다. 어느 동호회에서 직접 마을을 조성할 수도 있다. 이 곳에서 일년에 한 번 축제를 연다. 무엇엔가 꽂힐 줄 아는 사람들, 자신의 일부를 담은 성과물을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들, 무조건 자연에 땡기는 사람들이 속속 모여든다.  오랜 세월을 돌아 제 자리로 돌아온 듯 감개무량하다.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

꽃과 술과 촛불이 있어요

당신이 안 오시면

이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당신이 오신다면

또한 이 모든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 잘랄 루딘 루미 --

[먼별 3-27] 겨울을 보내며 - 수희향

2011.03.02 12:33:43 (*.118.58.46)
424
사부님은 1인기업가들의 마케팅에서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신다.
진정성이 무엇일까..?
다름아닌 내면과 외면의 조화.


한편 당신을 "이상적 현실주의자"라고 하신다.
지난 2년간 사부님의 말씀을 화두처럼 붙잡고 살았다.
매일을 하루같이 말씀들을 내 삶 속에 녹여내고자 애쓰며 지냈다.
내면과 외면의 조화라하심은 실력 이상의 것을 바라지 말라는 말씀으로 이해했었다.
나를 부풀려 과장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세상에 주눅들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세상과 조우하라는 말씀으로 새겨 들었었다.

그러나 이상적 현실주의자는 너무 슬프다.
천복을 찾기도 어렵지만, 꿈을 찾았다면 거기에 안주하고 싶은 유혹이 너무 강렬하다.
스승님은 그 또한 경계하라 하신다.
밥을 굶고, 골방에 처박혀 책을 읽고 글을 끄적이는 삶.
그건 아니라는 말씀이시다.

깊은 대양과도 같은 꿈에 젖어들어 헤어나지 않는 삶이 차라리 편하다.
사회적 페르소나를 내려놓기는 어렵지만, 일단 내려놓고나면 세상에서 점점 더 멀어져
끝내는 세상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유혹이 너무 강렬하다.
그러나 스승은 이미 "이상적 현실주의자"라고 못박고 계신다..

내게 현실은 무엇일까.

온전한 자기실현을 위해 반드시 끌어안아야 하는 현실. 그게 과연 내겐 무엇일까..
비현실적인 이상을 조금이라도 현실세계로 불러들이는 거. 그게 내 삶의 의미이자, 나의 현실이다.


사람들 누구라도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며 살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꿈이 무엇인지.

그 꿈은 내 안에 있는것이지 바깥 세상에 있는 게 아니다.
너무 흐려서, 안개 자욱한 가운데 실오라기 하나만 보여도 붙잡고 늘어져야 하는 거. 그게 꿈이다.


그리고 그 끝에 매달려 끝없이 내면을 탐구하고 자기성찰을 하며한편으로는 새로이 흐르는 생명 에너지로 나의 외부세상을 어찌 바꿀 수 있을지 두드리고 또 두드리고.. 그게 삶이고, 그게 현실이다.


안으로 두 걸음 들어가면
밖으로 한 걸음 내디뎌보아야 한다.
내면과 외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기우뚱, 기우뚱.
어색하고 낯설지라도 그렇게 조금씩.

겨우내 헤세를 사랑하고, 칼 융의 가르침에 귀기울이며 지냈다.
찰스 핸디의 번역을 잡고 사이사이 내게 다가오는 아이디어들을 끄적이다 구상하고.
틀을 잡고 다시 지우고 또 기획하고.

커다란 창문으로 들어서는 햇살이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알려준다.
2월내 병에 걸려 또 한번 죽고 태어남을 흉내내어보았다.
진통제와 항생제를 한달 내 달고살며 몽롱한 정신가운데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고 다듬고 수정하고.
그렇게 나를 바쳐 번역 책 한권에 기획 하나.

내게 삶은 여전히 슬프다. 나를 감싸고 도는 바이올린 선율처럼.
꿈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몸짓. 그 자체가 슬픔이 아니고 무엇일 수 있을까..
그러나 어둠을 감싸지 못하는 밝음은 깊을 수 없듯이
슬픔을 알지 못하는 기쁨 또한 그 농도가 다르리라 믿는다.

슬픔을 승화시키자.
축축한 슬픔에 젖어있지도 말고, 가벼운 기쁨에 들뜨지도 말고
이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그 아름다움에 감흥하는 봄이면 좋겠다.

이 봄.
한 걸음 더 세상으로 다가가는게다.
그 찬란한 햇살에 나를 내어맡긴체..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 한명석

마키아벨리의 편지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고 하네요.

밤이 되면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서재로 들어간다. 들어가기 전에 흙이나 먼지로 더럽혀진 평상복을 벗고, 관복으로 갈아입는다. 예의를 갖춘 복장으로 몸을 단장한 후, 고인의 궁전으로 향한다그곳에서 나는 부끄러움도 없이 그분들과 대화하고 그들 행위의 이유를 묻는다. 그분들도 인간다움을 내보이며 대답해준다.”

누가 보는 사람이 없어도, 역사적인 인물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관복을 갖춰 입는 모습이 멋스럽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만한 행복을 느끼려면, 스스로 책을 선택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자발성은 기본입니다.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족해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자의 모습입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기세계에 몰입하여 즐거움을 직접 생산하는 사람은, 의연하고 독립적인 것은 물론 매력적입니다. 비행기를 조종하는 진중권, 장난기 가득한 소년의 이미지가 평소의 재기 발랄함을 강화시켜 줍니다. 그는 다락방에서 조립에 몰두하던 어린 시절의 비행의 꿈을 작년에 이루었습니다. 초경량 비행기가 육천만 원 정도, 조종술 교습비에 삼백만 원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실제로 날게되었지만, 우리들도 내면의 욕구를 채우게 되면 날아갈 듯이기쁘지 않을까요. 자기만의 세계가 정말 중요한 이유입니다. 즐거움의 원천을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세상살이에 지치고 상처받을 때는, 이 세계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기운을 회복하면 됩니다. 나의 세계가 있어야 다른 사람을 초대할 수도 있는 거구요.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삐걱거립니다. 우선 일상생활이 편안할 리 없습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분명하지 않으니, 모호하고 불안할 수 밖에요.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편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이미지에 너무 신경을 쓰느라고, 제대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기존중감 없이는,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도 환상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관계에 대한 가장 치명적인 거짓말입니다. 자아가 약한 사람은 타인을 통해 정체성을 파악하려고 하기 때문에, 강박적인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관계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하고도 상대방이 자신을 떠날까 봐 늘 불안합니다.

결국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존재관계의 기본을 세울 수가 없습니다. 자기사랑이 모든 삶의 출발입니다.

비로소 사람을 알다 - 한명석

2011.03.25 10:36:05 (*.251.224.166)
463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일입니다.
여기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있듯이
거기 그렇게 생각하는 ‘너’가 있음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같은 모국어를 쓰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저마다 외계인입니다.
같은 어휘를 두고도 각자 떠올리는 이미지가 다르니까요.
그런데 이것이 난감하거나 갑갑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면.
N개의 중심축이 있는 세상이 경이롭게 다가 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에 일어나지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일입니다.
땅이 흔들리고 파도가 도시를 집어삼키며,
정치경제의 역학 속에 미사일이 날아가고,
아들이 칠순 아버지를 13층에서 집어던집니다.
무한욕망과 바닥난 인내심이 충돌하고,
인간이 스마트기기에 종속된 것 같은 세상이 꼭 가상현실 같습니다.
그리하여 나이든다는 것은 두려움을 알게 되는 일입니다.
‘아직도 너무 많은 블랙박스가 내 앞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아는 일입니다.

나이가 들면 사람이 그다지 강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그저 스쳐가는 사람이 건네준 짧은 격려와 댓글로도
자존감을 회복하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 되는 것을 들여다 봅니다.
그래서 나 역시 짧은 만남이라 해도
누군가에게 진정한 격려를 하게 됩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이 소중한 것을 알게 되는 일입니다.
'나'를 되쏘아주는 '너'가 없이는
나다움을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 일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일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것입니다.
일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나, 마지못해 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일은 나의 정체성이자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고
외부와 소통하는 통로이니 곧 '나' 자신입니다.
청춘이 가고, 사랑이 가고, 믿음은 배신할 수 있어도 일은 남습니다.
성장한 자녀를 떠나보낸 자리에 떡하니 일이 자리잡는 것이 보이네요.
글을 쓸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나를 들어 바칠 곳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남은 시간 나의 목표는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갖기 위해 애쓰는 것입니다.
나의 삶이란, 나의 혼이 들어있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한없이 단순해지는 것입니다.
경험에 의해 인생사와 인물의 패턴이 보이기 때문이겠지요.
어느 책에서 좋은 삶의 요건을 네 가지로 간추린 것을 보았습니다.
1. 먼저 당신 자신과 우정을 쌓아라
2. 건강한 유머 감각을 키워라
3. 능숙한 생활인이 돼라
4. 이제 그만 당신 자신과 그를 용서하라
또 다른 책에서 권하는 ‘정면돌파 인생매뉴얼’은 이렇습니다.
1.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인지하라
2. 삶의 우선순위를 선택하라
3. 하면 된다, 아니면 말고
4. 당신 삶을 장악하라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삶은 그렇게 단순합니다.
그 중 제일 단순한 원칙은 실행력입니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좋은 것을 행하라, 끝까지 행하라.
삶의 길을 묻는 그대에게 남기고 싶은 한 마디입니다.

나이든다는 것은 의연해지는 것입니다.
경험이 좋은 것은 이런 것,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맑은 날이 있으면 비오는 날이 있음을 알게 되는 것.
삶 그 자체가 목적이니 삶에는 성공도 실패도 없어
될일은 어차피 되게 되어 있으니 조바심내지 말고 쭉 걸어가시게.
‘절망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듯
희망도 무서워할 줄 알면서’
그저 하고 또 하시게.

나이든다는 것은
‘나’에게서 ‘우리’로 나아가는 일입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건강한 개인주의도 나쁘지 않았지만
혼자 행복하고 혼자 완성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너무 늦게서야 이것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재수없게 굴었던 사람들,
소 닭 쳐다보듯 했던 사람들,
내 마음 속의 잣대로 이리 재고 저리 쟀던 사람들,
말 조금 통한다고 즉각 오버해서 당황했을 사람들에게 사과합니다.
김만석할아버지가 송이뿐할머니를 사랑하는 그 마음으로
그저 '사람' 곁에 있겠습니다.
휘영청 보름달  뜬 바닷가에서 기분좋게 술한잔 했을 때처럼
간듯 만듯 그렇게 '사람'에 취해 보겠습니다.
사람! 신께서 이 삶에 숨겨놓은 보물을 늦게라도 찾아서 감사합니다.


@ 붉은 글씨는 왕멍의 '나는 학생이다'와
   도종환의 시 '산벚나무'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