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그렇게 얼굴 없이
그건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어.
내 영혼 속에서 뭔가 두드렸어,
열(熱)이나 잃어버린 날개,
그리고 내 나름대로 해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난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遊星)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어둠,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어둠,
소용돌이치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이 미소(微小)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
파블로 네루다의 ‘시’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그에게 시는 이렇게 왔습니다.
어느 날 느닷없이
표현할 수 없는 형태로,
설명할 수 없는 우연처럼, 그렇게 왔습니다.
네루다에게 시가 온 방식으로,
사랑과 스승이 내게 왔고,
소명과 천직도 그렇게 왔습니다.
예측하지 못한 시기에,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인간도 이렇게 세상에 옵니다.
본인이 선택하지 못한 누군가에 의해서,
선택하지 못한 시간과 장소로.
탄생이 이러니,
삶의 과정이 우연 같은 필연으로 가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릅니다.
네루다의 시가 마치 내 이야기 같습니다.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그가 마치 나처럼 느껴집니다.“그의 시 속에서는 사물의 경계가 지워지고, 안팎의 구별은 없어진다”는 정현종 시인의 말이 이해가 됩니다. 시와 만난 떨림을 전하는 네루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건 내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처럼 절묘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정현종 시인은 네루다와 그의 시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네루다의 시는 언어라기보다 그냥 하나의 생동이다. 그의 살은 제 살이 아니라 만물의 살이요, 그의 피는 자신의 피가 아니라 만물의 피이며, 그의 몸 안팎의 분비물은 자기의 것이라기보다 만물의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요컨대 네루다는 만물이다. 그의 시를 통해 자신들이 드러날 때 사물은 마침내 희희낙락하는 것 같고, 스스로의 풍부함에 놀라는 것 같다.”

* 파블로 네루다 저, 정현종 역, 네루다 시선, 민음사, 2007년 * 홍승완 트위터 : @SW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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