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에 날 닮아 약간 모자라고 허술한 사람이 있었는데, 이름이 곽휘원(郭暉遠)이라고 했답니다. 먼데로 나가 벼슬을 하고 있었는데, 집이 그리워 집에 보내는 편지를 써서 봉투에 넣다가 착각을 하여 그만 백지를 넣어 봉하고 보냈다는군요. 이제 내가 왜 이 사람을 허술하다 했는지 이해하시겠지요?
아내가 오랜만에 남편에게서 온 편지를 꺼내보니 달랑 백지 한 장이 들어 있었으니 황당했지요. 그러나 아내는 매우 멋진 여인이었던 모양입니다. 먹을 갈아 이렇게 답신을 써 보냈습니다.
푸른 깁창 아래서 봉함을 뜯었더니
편지지엔 아무 것도 써 있지 않네
아하 ! 우리 님이 이별의 한 품으시고
말없이 그리운 맘 담아 보냈네
편지를 부탁한 사람이 떠나고 난 후에야 잘못 보냈다는 것을 알게 된 이 사내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내의 답장은 받아들고 얼마나 흐뭇해했을지 그려지지요 ? 그래서 그런지 저는 이 시가 정겹습니다. 허술한 이 사내의 모자람도 귀엽고, 뜻을 몰라 망설이다 꿈 보다 몇 배 훌륭한 해몽을 해 보낸 아내의 마음도 지극합니다. 일은 엉망이 되었지만 결국 보고프고 그리운 마음이 이보다 더 잘 통한 것이 없으니 결국 실수가 더 좋은 일을 만들어 낸 셈입니다. 청나라의 원매가 지은 '수원시화'(隨圓詩話) 속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아내의 편지만 달랑 실어 두었다고 하니 곽휘원이 보내려다 못 보낸 편지의 내용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든 아무 것도 없는 백지 보다 더 훌륭하게 그리움을 전달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아내는 완벽하게 남편의 그리움을 해석해 냈으니까요.
자기 경영은 여백이며, 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은 흰종이입니다. 다변과 요설을 피하고, 생취를 머금은 함축을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기 경영은 시의 정신에 다가 서려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제 5월의 아름다움으로 결혼한 제자가 있어 부디 함께 하는 삶이 이렇게 시가 되길 바라며 오늘 편지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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